그는 그렇게 말하며 희미하게 웃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안녕을 고하고 집을 나왔지. 그녀도 안녕이라 말했고. 진짜 마지막 안녕이었던 거야. 그렇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었고, 그녀도 알고 있었어. 마지막 본 그녀의 모습은, 팔짱을 끼고, 문 께에 서 있는 모습이었어.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다가. 하지만 결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했는지, 나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어. 나는 몹시몹시 텅 빈 느낌이었다. 속이 휑한 공동처럼.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이 고막에서 이상한 울림으로 변하고. 모든 거의 모습이 뒤틀려 보였어. 나는 그 주변을 정처없이 걸어다녔어.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소비한 시간이 일고의 가치도 없는 무의미한 소모였던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이라도 당장 그녀의 방으로 되돌아가, 그녀는 한껏 껴안고 싶은 심정이었어. 하지만 물론 그런 짓을 할 수 없었다. 가능할 리가 없지알았어, 라고 나는 말했다. 전혀 문제가 없다. 그래봐야 저녁 식사다. 고작해야 빨래다. 사소한 일이다. 간단히 처리할 수 있다. 사류우우웃 푸쿠루우우우츠, 하고.TV 피플올해 하루키 씨는 철인 경기에 도전할 계획이란다.나는 옛날에 너랑 한 약속을 아직도 분명히 기억하고 있어, 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 한참 동안이나 그 말의 의미를 헤아릴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언젠가 그녀가, 자기가 결혼한 다음에 그와 자겠노라고 한 말을 기억해냈다. 그 역시 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을 약속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녀가 그런 말을 입에 담은 것은 그 당시 그녀가 혼란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혼란스러워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만 그런 말을 하고 만 것이라고. 하지만 그녀는 혼란에 빠져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그것은 약속이었던 것이다. 명백한 서약이었다. 그는 순간 방향을 잃고 말았다. 대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정당한 일인가, 그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어쩔 바를 몰라 사방을 돌아보았다. 이미 아무
음, 글쎄라고 말하고 그녀는 천천히 몇 번인가 고개를 저었다. 마치 목의 관절이 잘 움직이고 있는지를 살며시 확인이라도 하는 것처럼. 예를 들면, 비행기에 관해서하지만 정직하게 말해, 여기서는 계절이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일이 일요일 저녁 나절에 일어났다는 점이다.1988년 댄스 댄스 댄스를 발표한 이래 몇 년이나 지속된 소설의 동면기에서, 1990년에 엮어진 단편집 TV 피플은 1992년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과 1994년1995년의 태엽감는 새 연대기를 잇는 가교적인 소중한 작품집이다.그리고 당신 귓구멍 속에는 사마귀가 세 개 있어라고 남자는 말했다. 어머, 그래?라고 그녀는 말했다. 어느 쪽이지 오른쪽이야. 오른쪽 귀 바로 안에, 사마귀가 세 개 있어. 아주 방정맞은 사마귀야 사마귀를 싫어해? 방정맞은 사마귀는 싫지.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 이 세상 어디에 있겠어? 그녀는 입술을 더더욱 꼭 깨물었다. 그리고 당신은 때때로 겨드랑이에서 냄새가 나라고 남자는 말을 이었다. 이전부터 신경이 쓰였어. 만약 당신을 처음 만난 것이 여름이었 다면, 난 당신과 안 사귀었을 거야별로 배가 고프지 않아서 라고 나는 말했다. 아내는 원피스를 벗다 말고 나의 말에 대해 잠시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한 동안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무슨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것처럼. 시게가 둔중한 소리로 침묵을 분할하고 있다. 타르푸 쿠 샤우스, 타르푸 쿠 샤우스. 나는 그 소리를 듣지 않으려 하였다. 귀에 들여보내지 않으려 하였다. 그러나 그 소리는 너무도 무겁고, 거대하였다. 싫다는 귀를 비집고 들어왔다. 그녀도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듯하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뭐, 간단히 만들어 줄까? 라고 그녀가 말했다. 그러지 뭐 라고 나는 말했다. 딱히 뭘 먹고 싶은 것은 아니었지만, 뭔가 먹을 것이 있다면 그것을 먹어도 좋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내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서, 부엌에서 떡국과 계란 부침을 만들며, 친구와 만난 이야기를 하였다. 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