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계획을 짜서 실행하기를 좋아하는 사람 덧글 0|조회 22|2023-03-11 10:23:44
김여정
어린 시절, 저는 어떤 일이든 간에 치밀한 계획을 짜서 실행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만우절 장난이나 사소한 속임수, 주변 사람을 놀리고자 하는 작전이라면 무엇이든 간에, 단순한 충동으로 가벼운 소동을 벌이는 수준을 벗어나, 최고 몇 달에 걸친 준비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저력을 발휘했던 아이였던 것입니다. 그런 제가 인생에서 가장 공을 들이고 다니던 시기는 바로 만우절 날로, 공식적으로 다른 사람을 속일 수 있는 날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느끼면서 오랜 계획을 짜곤 했습니다. 처음에는 어린애의 단순한 장난 수준에 불과했던 일이, 제가 나이를 먹고 나서는 차츰 스케일이 커져, 주변 사람들을 진심으로 곤란하게 만드는 경우로 발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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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기에 들이는 공이 너무 세심한 나머지, 친구들에게 간혹 배척받기도 했던 저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꿔준 존재는 바로 아버지였습니다. 저의 며칠, 몇 주, 몇 달에 걸친 노력이 좋지 않은 결말로 끝날 때마다 울적해 하던 제게, 세상에는 장난보다 훨씬 이루기 힘든 일이 있다며 귀를 솔깃하게 하는 말을 하셨던 것입니다. 단순히 상대를 놀라게 하고 웃으며 끝날 뿐인 장난보다, 누군가를 마음에서 우러나오게 감동을 주는 일은 훨씬 울림이 깊고 소중하게 남는 기억이라며 저를 부추기셨던 아버지 덕분에, 저는 처음으로 장난이 아닌 계획에 오랜 공을 들일 수 있었습니다. 저로 인해 오랫동안 마음고생을 하셨던 어머니가 첫 목표물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취향과 기호를 조사하고, 주변에서 구하기 힘든 선물과 연출하기 힘든 상황까지 구상해, 모든 장난에서 그래 왔듯 한꺼번에 그 존재를 드러내 보였던 날, 화내거나 허탈하게 웃는 대신 감격의 눈물을 쏟아내시던 어머니를 지켜보던 저는 마음 깊숙이 치밀어 오르는 감동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